식약처 임상 통계 전문가가 에버트라이에 둥지를 튼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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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2 00:00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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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의료기기(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가 최근 의료산업에서 메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2017년 국제 규제 기관 연합체(IMDRF)에서 새롭게 정립된 개념으로, 하드웨어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구성된 의료기기를 의미한다. 디지털체료제(DTx), 의료 인공지능 등이 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 해당된다.
높은 시장성과 성장 잠재력으로 많은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임상시험은 물론 인허가 및 상용화 등이 녹록치만은 않다. 심지어 임상시험이나 인허가 사례가 최초인 경우도 적잖기 때문이다.
이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팔을 걷은 기업이 있다. 2022년 6월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신재용 교수가 창업한 ‘에버트라이’가 바로 해당 기업이다. 에버트라이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개발 초기부터 사용자 중심의 소프트웨어가 될 수 있도록, 시장 조사, 제품 개발, 비지니스 모델 발굴 등 모든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를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에버트라이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임상시험 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를 영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임상 통계 담당자로 재직했던 김건소 헬스케어혁신연구소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부터 에버트라이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건소 소장을 만났다.
한편, 김건소 소장은 2010년에 식약처에 심사관으로 입사해, 2012년부터 보건연구사로 연구직 공무원으로서 입직했다. 당시 김 소장은 의료기기 분야 인허가 및 임상시험 승인 과정의 임상 통계 분야에서 유일한 연구직 공무원이었다. 식약처에 근무하면서 의료기기 분야에서 나온 임상 관련 가이드라인에 대부분 참여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의료 제품 개발 상담 사례집, 의료제품 임상통계 상담 사례집 제작에도 관여했다. 이밖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 AI를 적용한 의료기기의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에도 참여했다.
- 오랫동안 몸담았던 공직 생활을 벗어나 에버트라이로 이직한 이유가 궁금하다.
임상 통계 관련 전문성, 임상시험 전반에 관련된 전문성을 더욱 폭넓게 활용하고 싶어서다. 산업계, 의료기기 분야는 중소업체들이 80-90%를 차지한다. 기업들이 기술력은 좋은데 인력이 부족해 사소한 규정도 모르고, 규제 허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임상시험은 과학적인 방법과 규제적인 관점이 융합돼야 하는데 이 부분을 많이 어려워한다.
식약처에서 쌓아온 임상, 규제 관련 역량이 산업계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특히 제품의 신속한 개발을 도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이직을 하게 됐다.
또 직접적인 제품 개발이나 시장 진입 과정에서 환자들의 실제 요구사항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식약처에서 제품화 지원 업무를 하면서 업체들을 많이 만났고, 이들과 제품 초기 개발 상담을 하면서 내가 가진 전문 지식 많은 도움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산업계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내가 가진 의료기기 관련 역량으로 의료기기 초기 제품 개발 업체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란 판단으로 에버트라이를 선택하게 됐다. 현재 의료기기를 전문으로 하는 CRO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에버트라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치료 기기, 인공지능이 적용된 소프트웨어 등 의료기기에 특화된 CRO라 기회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 에버트라이 헬스케어혁신연구소의 역할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근거 창출 연구다. 의료기기 임상시험도 근거 연구에 따라 진행이 된다. 그러나 의료기기 분야는 소규모 업체들이 많아 근거 창출에 어려움이 많다. 헬스케어혁신연구소에서 연구를 통해 ‘근거 창출’을 도울 수 있다면 의료기기 초기 임상시험 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임상시험에 대한 기법들을 통계학적으로 다루는 역할이다. 식약처 의료기기 분야에서 첫 통계 연구직으로 재직하며 14년 동안 통계적인 지침, 통계적 기준 심사 기준, 통계적인 절차를 만들었던 만큼, 이러한 경험이 업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컨설팅에 통계전문가로서의 경험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하다.
인공지능을 접목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들이 본격적으로 개발된 지 3~4년 정도 됐다. 이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는 기존 물리적인 의료기기의 임상시험과는 다른 기법들이 적용된다. 그 차이에 대해 고민하면서 어떠한 통계적 기법, 디자인 등을 적용할지 고민하면서 관련 기업들을 도울 기회를 찾고 있다. 분명한 점은 임상시험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야 안전하다는 것이다. 즉, 임상시험 과정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계적인 방법이 꼭 들어가야 한다.
- 규제기관에서 근무했을 때와는 관점도 달라졌을 것 같다.
제기관은 완성된 제품과 완성된 문서와 완성된 자료를 가지고 바라보고 심사를 했다면, (에버트라이에선) 제품 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규제적인 관점으로 제품 개발을 돕고 있다. 개발 초기부터 규제를 고려해 제품을 개발하고 자료를 구축하면, 개발 시간이 단축되고 시장 진입도 빨라지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허가를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조언한다면?
국내에서 개발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제품들 중에는 국내 뿐만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제품도 많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각 나라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즉, 국내만이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통할 수 있는 확실한 임상적 근거가 중요하다. 초기에 임상 근거를 도출해내는 임상 연구들을 어려워하거나 생략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기보다, 기술력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임상 연구를 많이 수행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으며 각오도 남다를 것 같다.
우선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 통계 분석 및 임상시험 설계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에게 임상적 근거를 확실하게 구축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또 규제기관에서의 오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규제 친화적인 임상 개발 및 제품 개발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고 싶다.
이와 함께 AI, 머신러닝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 특성에 맞춘 맞춤형 통계 솔루션을 도입해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이 가진 정밀성과 개인화된 치료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교육과 협력을 통한 산업계 역량 강화에 이바지하고 싶다. 통계적 분석의 중요성과 최신 규제 동향 등을 공유하고, 임상시험 설계 및 분석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통계 분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자율적으로 규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또 산업 내 인재들과 협업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고, 미래 지향적인 임상 통계 문화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다.
양현수 기자 sueyyy1204@docdocdoc.co.kr
출처 : 식약처 임상 통계 전문가가 에버트라이에 둥지를 튼 까닭 < DEEP DIVE < 기획·특집 < 기사본문 - 청년의사